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 이중 손실·히스토리 편

펀더블 · 2026-05-31 · 펀더블 자금조달 인사이트

인사이트 Episode.16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❹ 이중 손실·히스토리 편 JUN 2026 @fundable__offcial 잘못된 채용의 진짜 비용 잃는 건 연봉만이 아닙니다 자금조달 담당자를 채용할 때 대표님들은 보통 연봉부터 계산합니다. 연 4천만 원인지, 6천만 원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하지만 실제로는 연봉보다 더 큰 비용이 숨어 있습니다. 채용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회사가 잃는 건 월급만이 아닙니다. 놓쳐버린 지원사업과 투자 기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였어야 할 회사의 자산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관련 사례 D사의 1년 바이오 스타트업 'D사'의 이야기입니다. 정부 R&D 과제와 후속 투자가 회사의 생명줄이라, 대표님은 자금조달 담당자를 큰맘 먹고 채용했습니다. 연봉도 회사 사정에선 다소 무리해서 맞췄죠. 첫 몇 달은 적응기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도 굵직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그사이 노리던 정부과제 두어 개의 공고 기간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결국 그 담당자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가 떠난 뒤였습니다. 그동안 어떤 사업에 지원했고, 왜 떨어졌고, 심사평이 무엇이었는지. 그 맥락이 전부 그 사람과 함께 사라진 겁니다. 남은 건 흩어진 파일 몇 개뿐이었죠. 다음 담당을 구하든 대표님이 직접 하든, 회사는 다시 맨바닥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D사가 잃은 건 1년 치 연봉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오늘은 채용에 숨어 있는, 연봉표에는 적히지 않는 두 가지 비용을 짚어보겠습니다. --- Chapter 01 리스크 01 이중 손실 — 연봉과 '기회'를 함께 잃는다 잘못된 채용의 비용을 연봉으로만 계산하면, 절반만 본 겁니다. 연봉은 눈에 보이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그 담당자가 제 몫을 못 하는 동안, 회사는 '자금을 조달할 기회' 자체를 함께 잃습니다. 정부과제는 공고 기간이 정해져 있고, 투자 라운드에도 타이밍이 있습니다. 담당자가 헤매는 몇 달 사이 그 창문들이 닫히면, 똑같은 기회가 다시 열리는 건 한참 뒤입니다. 특히 도약기에는 이 타이밍 하나가 회사의 1년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채용은 '연봉을 잃는 손실'과 '기회를 잃는 손실'이 겹친 이중 손실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두 번째 손실이 더 큽니다. 날아간 연봉은 숫자로 보이지만, 놓친 자금 기회는 보이지 않게 회사의 성장 곡선을 꺾으니까요. 게다가 그 사람이 떠나면, 채용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보고, 다시 적응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과 비용이 통째로 반복되죠. 한 번의 잘못된 채용이 연봉·기회·재채용까지 삼중으로 비용을 부르는 셈입니다. 이 리스크를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수습 기간에 막연한 '적응'이 아니라 구체적인 마일스톤(예: 3개월 안에 적합 공고 발굴과 계획서 초안 작성)을 두고, 초반부터 말이 아니라 산출물로 점검하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회사의 자금조달을 한 사람의 어깨에만 통째로 얹지 마세요. --- Chapter 02 리스크 02 히스토리 단절 — 지식이 사람과 함께 떠난다 두 번째 비용은 더 조용히, 나중에 찾아옵니다. 자금조달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누적되는 일입니다. 어떤 사업에 지원했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고, 무엇을 고쳤고, 어떤 심사·담당자와 관계를 텄는지. 이 맥락이 쌓일수록 다음 도전이 쉬워집니다. 작년에 떨어진 이유를 알아야 올해 붙고, 작년의 계획서가 있어야 올해 그걸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맥락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으면, 그의 퇴사는 곧 회사 준비도의 리셋입니다. 그가 나가는 순간 회사는 그동안의 학습을 잃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자금조달처럼 '누적'이 핵심인 일에서, 이건 특히 치명적입니다. 매번 새로 시작하는 회사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요. D사가 겪은 게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히스토리를 '사람'이 아니라 '회사'에 남겨야 합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한곳에 기록으로 쌓으세요. 지원 이력 언제 어떤 사업·라운드에 도전했고 결과가 어땠는지 심사평·피드백 떨어졌다면 왜 떨어졌는지, 무슨 지적을 받았는지 계획서·자료 버전 매번 새로 쓰는 게 아니라 직전 버전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관계 기록 어떤 기관·심사역·투자자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이렇게 담당자가 바뀌어도 끊기지 않게 시스템으로 관리하면, 자금조달의 자산이 담당자의 머릿속이 아니라 회사의 기록에 남습니다. --- 오늘의 결론 그런데, 여기에도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채용 리스크를 줄이는 실무 조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두 리스크는 '한 사람을 채용한다'는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한 사람을 뽑는 순간, 회사의 자금조달 리스크도 지식도 그 한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그가 잘 못하면 이중 손실이 나고, 그가 떠나면 히스토리가 끊깁니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한 사람 의존'이라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니까요. 마일스톤을 세우고 문서화를 해도, 결국 그 한 명이 흔들리면 회사 전체가 흔들립니다. 바로 이 지점이, 어떤 회사들이 다른 방식을 택하는 이유입니다. 펀더블이 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자금조달을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 맡으니 리스크가 한 명에게 쏠리지 않고, 모든 맥락이 개인의 머리가 아니라 체계에 남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회사의 자금조달 히스토리와 역량은 그대로 유지되죠.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히스토리가 회사 안에 쌓이면, 언젠가 직접 자금조달을 끌어가고 졸업하는 토대가 됩니다. 물론 모든 채용이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닙니다. 충분한 검증을 거쳐 좋은 사람을 만나고, 히스토리를 회사 자산으로 꾸준히 남기고, 그 사람이 오래 함께한다면 내부에 자금조달 역량이 쌓이는 가장 이상적인 길이 됩니다. 다만 이 세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죠. 이중 손실과 히스토리 단절은 '나쁜 운'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전부를 거는 구조에서 통계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채용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한 사람에게 회사의 자금조달 전부를 거는 일에는 연봉표에 적히지 않는 두 가지 비용이 숨어 있습니다.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그 비용까지 한 번쯤 저울에 올려보시길 권합니다. ---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는 지원사업·자금조달 전문인력 채용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이번 편은 '이중 손실·히스토리'. 펀더블은 정부지원사업·투자유치·정책자금을 아우르는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구독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