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의 탄생 — 6-RL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5편

펀더블 · 2026-04-05 · 펀더블 자금조달 인사이트

인사이트 Episode.8 「준비도의 탄생」 ❺ 6-RL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APR 2026 @fundable__offcial 당신이 아는 TRL과, 우리가 보는 TRL은 다릅니다 앞 편에서 6개 축이 각각 무엇을 보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편에선 그중 하나를 직접 열어, 우리가 그 안을 어떤 눈으로 들여다보는지 맛보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필 가장 유명한 축을 골랐습니다. 기술 성숙도, TRL입니다. 정부 R&D 과제를 한 번이라도 작성해본 대표님이라면 'TRL 몇 단계'라는 항목을 적어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만큼 익숙한 개념이죠. 바로 그래서 이 축부터 이야기하려 합니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개념이지만, 정작 자금조달 앞에서는 가장 많이 오해받는 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솔루션 '펀더블'을 운영하는 임명철입니다. --- Chapter 01 흔히 아는 TRL이 묻는 것 먼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TRL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TRL은 기술이 기초 연구 단계(1단계)에서 실증·상용화 단계(9단계)까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입니다. 정부 R&D 과제 평가에서 기술의 현재 단계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바로 그 TRL입니다. 핵심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가?", "어디까지 검증됐는가?"입니다. 훌륭한 척도입니다. 반세기 가까이 살아남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자금조달 평가에 그대로 가져오면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기술이 '어디까지 개발됐는가'와 그 기술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 Chapter 02 자금조달의 TRL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평가위원 앞에 앉은 도약기 기업에게 기술 성숙도가 묻는 건, "이 기술이 작동하는가"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이겁니다. "이 기술이 이 사업의 매출 엔진으로 작동하는가. 그리고 이 자금 범위 안에서 그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 같은 'TRL'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묻는 질문은 다릅니다. 표준 TRL은 "기술이 얼마나 개발됐는가"를 묻는다면, 우리가 보는 TRL은 "이 기술이 시장에서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기술의 개발 성숙도와 사업으로서의 성숙도는 서로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매출과 연결되지 않으면, 자금조달 관점에서의 TRL은 높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표님은 정작 평가위원이 궁금해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다가,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 채 탈락하게 됩니다. --- Chapter 03 한 축을 열어 보입니다 그럼 자금조달의 기술 성숙도를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두 가지만 열어 보이겠습니다. 첫째, 기술이 '있다'가 아니라 '매출에 박혀 있는가'입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기술이 회사의 핵심 수익 구조에 얼마나 깊이 녹아 있는지입니다. "있으면 좋은" 기술인지, 아니면 "없으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기술인지를 보는 것이죠. 의외로 멋진 기술을 보유했지만, 정작 매출은 그 기술과 무관한 곳에서 나오는 회사가 많습니다. 특허도 있고 데모도 화려하지만, 실제 돈은 단순 용역이나 유통에서 버는 경우입니다. 이런 회사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금조달 관점에서는 기술 성숙도를 높게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기술 자체는 평범해 보여도, 그 기술이 매출의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다면 강하게 평가됩니다. 평가위원이 보는 것은 기술의 난이도가 아니라, 기술과 매출 사이의 거리입니다. 둘째는 자금 범위 안에서의 '구현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은 현실성입니다. 5천만 원의 지원금으로 수십억 원이 필요한 기술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점 요인이 됩니다. 평가위원은 "주어진 자금과 기간 안에서 정말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얼마나 거창한지가 아닙니다. 그 목표가 주어진 자금과 기간 안에서 실제로 도달 가능한 단계에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평가위원이 보는 것은 야심이 아니라 정합성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현실적으로 설계된 계획이, 거창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우리가 기술 성숙도를 볼 때 이 두 가지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방어력(특허·원천기술·독자 데이터셋)은 충분한지, 현재의 기술 수준이 다음 단계로 이어질 명확한 로드맵을 갖추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기술 성숙도라는 하나의 축 안에도 여러 겹의 평가 기준이 존재합니다. --- Chapter 04 가장 흔한 오해: "딥테크면 유리하지 않나요?" 여기서 도약기 대표님들이 자주 던지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래도 특허나 원천기술 같은 딥테크가 있으면 유리한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딥테크는 분명 강력한 방어력입니다. 특허, 독자 데이터셋, 높은 기술 장벽은 "쉽게 모방당하지 않는 회사"라는 신호를 줍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 요소입니다. 문제는 딥테크가 목적이 되는 순간입니다. 기술의 깊이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 정도 기술이면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매출 경로와 구현 가능성을 소홀히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기술이 깊을수록 구현에는 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데, 그 규모가 주어진 지원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 그 딥테크는 강점이 아니라 "이 자금으로는 실현이 어렵다"는 감점 신호로 읽힙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기술 성숙도는 딥테크의 '깊이'를 재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깊든 얕든, 그 기술이 실제 매출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지, 그리고 주어진 자금 범위 안에서 다음 단계까지 현실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봅니다. 딥테크는 그 위에 더해지는 강점일 뿐, 그 자체가 합격을 보장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 Chapter 05 이 축도 '단계'로 잰다 ❷편에서 'Readiness Level'이 성숙도를 단계로 측정하는 검증된 방법론이라고 말씀드렸죠. 우리의 기술 성숙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단계별로 평가합니다. 다만 그 단계가 가리키는 여정은 다릅니다. 표준 TRL이 '기초 연구 → 실증'의 여정을 측정한다면, 우리의 TRL은 '아이디어 → 매출'의 여정을 측정합니다. 가장 낮은 단계는 기술이 개념이나 구상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고, 가장 높은 단계는 그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매출로 검증된 상태입니다. 그 사이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지금 이 회사의 기술이 '매출까지의 여정' 어디쯤 와 있는지를 하나의 좌표로 나타냅니다. 이렇게 바라보면 "기술은 좋은데요"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기술은 구현됐지만 아직 매출로는 검증되지 않은 단계"라는 구체적인 진단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좌표가 찍히는 순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 오늘의 결론 여기까지가 맛보기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기술 성숙도를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는 보여드렸어도,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몇 단계를 판정하는지'까지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각 단계를 가르는 구체적인 평가 기준, 즉 채점표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진단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영역입니다. 제가 기술 성숙도라는 한 축만 먼저 열어 보인 이유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6-RL은 기존의 익숙한 척도를 그대로 가져다 쓴 체계가 아닙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TRL조차도 우리는 자금조달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다시 설계했습니다. 하물며 나머지 다섯 개의 축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6-RL의 여섯 개 축은 모두 '이 회사가 자금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도록 새롭게 설계된 기준입니다. 다음 편에서 여기까지 6-RL이 어떻게 태어났고(❶), 이론과 현장에서 어떻게 검증됐으며(❷❸), 무엇으로 이뤄졌는지(❹❺)를 따라왔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그래서 이게, 당신 회사의 자금조달을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가. 측정이 설계로 이어지는,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 「준비도의 탄생」 시리즈 ❺ 다음 편: 측정은 어떻게 설계가 되는가 펀더블은 정부지원사업, 투자유치, 정책자금까지 스타트업의 펀드레이징 전 과정을 지원하는 구독형 서비스입니다.